핵발전소 가동에는 핵연료가 필요하고, 일단 가동하면 사용후핵연료가 배출된다. 신고리 5·6호기도 마찬가지다. 사용후핵연료는 순간의 피폭으로도 치사율 100%인 치명적인 고준위핵폐기물이며, 최소 10만년 동안 세상에서 완전히 분리, 차폐되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 매년 700t 이상 배출되는 사용후핵연료는 원전 부지 내의 임시저장소에 보관된다. 임시저장소의 예상 포화연도는 월성원전 2019년, 한빛 2024년, 한울 2026년, 고리 2028년이다. 사용 가능 기간이 얼마 남지 않았지만, 현재 영구저장소는 우리나라는 물론 세상 어디에도 없다. 한마디로, 대책이 없다. 이상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팩트’들이다.
‘10만년’은 인간이 가늠할 수 없는 시간이다. 현생 인류의 출현이 대략 3만~4만년 전이다. 더구나 ‘완전’한 분리와 차폐는 ‘불완전’한 인간에겐 불가능한 요구다. 사용후핵연료의 실체는 원전이 인간에게 어울리지 않는, 인간이 책임질 수 없는 설비라고 알려준다. 고준위핵폐기물이 나오는 한, 사고가 없다 해도 ‘안전한 핵발전소’는 없다. 100년도 못 사는 인간이 왜 10만년을 걱정하느냐고 타박하려는가? 하나 조금만 달리 생각해보자. 100년도 못 사는 우리가 10만년 동안이나 위험천만한 그런 쓰레기를 세상에 남겨서야 되겠는가. 게다가 이 10만년엔 우리의 현재도 포함된다. 사용후핵연료는 미래 세대만이 아니라 우리의 안전과 직결된 문제다. “잠시 머물고 지나가는 자리에 우리 자신과 미래 세대의 삶에 영향을 끼칠 파괴와 죽음의 자국들”을 남겨서는 안된다(프란치스코 교황, <찬미받으소서>). 눈앞의 편리와 이익을 위해 미래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외면할 것인가? 미래 세대에 대한 무책임은 오늘 우리에 대한 무책임으로 현재화된다. 세월호와 가습기 살균제 참사는 사회적 무책임의 참담한 결과다. 지금 당장 편리하자고 우리가 감당 못할 위험을 묵인하는 핵발전도 예외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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