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공론(公論)’은 ‘여럿이 의논한다’와 ‘공정하게 의논한다’는 두 가지 뜻이 있다. 깊이 생각하여 충분히 의논하는 숙의의 과정과 공평하고 올바른 조건을 모두 갖춰야 공론이라 할 수 있다. 신고리 원전 5·6호기 건설 여부가 공론에 붙여졌다. 국내 최고의 갈등 해소 전문가들이 모였으니 숙의의 과정은 잘될 것이라 믿는다. 그런데 신고리 공론화가 과연 ‘공평하고 올바른 조건’에 있는지는 살펴봐야 한다. 몇 가지 ‘기울어진’ 사례를 보자.
건설 중단과 계속의 입장을 대변하는 단체의 조건은 공정한가. 공론화위원회는 건설 중단 대표 단체로 ‘신고리 백지화 시민행동’, 건설 계속 대표 단체로 ‘한국원자력산업회의’를 선정했다. 시민행동은 녹색연합과 녹색당 같은 환경단체와 진보정당, 풀뿌리 지역단체가 중심이다. 원자력산업회의에는 한국수력원자력과 한국전력 등 공기업과 두산중공업, 삼성물산, 현대건설 등 원전 관련 대기업이 참여한다. 인력과 조직이 공정하다고 보는가.
신고리 5·6호기 건설 절차는 공정하였는가. 원자력계의 불문율은 ‘허가 나는 것을 기정사실로 하고 돈부터 집어넣는’ 것이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신고리 5·6호기 건설허가가 나기 2년 전에 두산중공업과 2조3000억원의 주기기 계약을 했다. 2015년에는 삼성물산 컨소시엄과 주설비 공사에 도장을 찍었다. 이 시점에서 원자력산업회의는 공정률 운운하며 매몰 비용을 걱정하고 있다.
원자력 관련 예산은 공정하게 집행됐는가. 국민의 전기요금으로 조성된 전력산업기반기금의 사용 내역을 보면 2007~2016년 원전 홍보비는 총 824억1200만원인 반면에 신재생에너지는 총 2억6700만원에 불과하다. 또한 한국수력원자력, 원자력문화재단, 한국원자력환경공단은 2012년부터 2014년 10월까지 원전 홍보 광고비로만 총 5067억원을 집행했다. 보수지와 경제지가 주요 수혜자이다. 후쿠시마 사고 발생 1년 뒤 조선일보는 ‘원전 강국 코리아’ 특집 기사를 발표했는데, 이 기사는 원자력문화재단이 5500만원에 발주하였다. 원자력계와 언론의 유착을 단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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