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학술적으로 계산 한 바에 의하면 원전사고로 방사능이 밖으로 누출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7시간입니다. 그 안에 대피해야 하는데, 누가 가만히 있겠어요? 세월호 사건 같은 국가 재난 사태를 겪으면서 국민들은 트라우마가 있어요. 집에 가만히 있으란다고 집에 있겠어요? 다 서울로 갑니다. (월성원전 인근 100만, 고리원전 인근 300만) 누가 통제해요? 안 발생할 거라고 우기지 말고 논리적으로 대책을 마련해야 해요.”
경주시에 캠퍼스가 있는 동국대 원자력에너지시스템공학과의 박종운(53) 교수가 지난 10일 <단비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그는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사태처럼 핵발전소에서 전체 정전이 일어나 ‘셧다운(작동중지)’ 되는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서 사고 진행 시간을 측정했다고 밝혔다. 신고리원전 5·6호기를 기준으로 핵연료봉이 녹아 압력용기를 뚫고 나온 뒤 격납용기 안에 쌓이는 ‘멜트스루’가 일어나는 데 3시간, 그곳을 둘러싸는 원자로격납고의 압력이 올라가 파손될 때까지를 10시간으로 계산했다. 3시간과 10시간 사이, 즉 공기 중으로 방사성 물질이 나오기까지 7시간 안에 사람들이 대피해야 피폭을 면할 수 있다는 얘기다.

▲ 경주시 양남면 나아리 해변에 위치한 월성 원전 3, 4호기. 밖에서 보이는 반구형 콘크리트 건물이 원자로격납고다. 그 안에는 격납용기가 있다. ⓒ 박수지
일단 ‘자가용 등으로 알아서 대피’가 원칙
그는 한국에 있는 모든 경수로(감속재로 물을 사용하는 원자로) 원전에 이런 기준을 적용할 수 있는데, 월성원전과 같은 중수로(감속재로 중수를 사용하는 원자로)의 경우 조금 더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격납고의 설계 압력이 더 낮아 더 빨리 깨지기 때문이다. 또 지역의 인구밀도와 상황에 따라 피해 규모가 다를 수 있다고 부연했다. 대체로 방사능이 대기에 누출되기 전 7시간이 ‘골든타임’이라고 볼 때, 월성원전의 경우 반경 30킬로미터(km) 내에 사는 경주, 울산과 포항 일부 지역 주민 약 100만 명이 이 시간 안에 위험지역을 벗어날 수 있는가가 문제의 초점이다.
“대피 개념이라는 게 일차적으로 지정은 마을별로 돼 있지만 일단 자가 대피가 원칙입니다. 스스로가 다른 지역으로 갈 수도 있는 거고, 아니면 친척 집으로 갈 수도 있는 거고. 비상 상황이 발생하면 자기 차량을 이용해서 자가 대피하는 게 일차적인 목표고요. 예를 들어서 거동이 불편하다든가 차량이 없다든가 이런 분들은 차량을 지정해서 또 (저희가) 2차적으로 대피를 시키게 되는 거죠. 왜냐하면, 자기가 대피하고 싶은데 일부러 집결지에 모여서 이렇게 갈 필요는 없잖아요.”
경주시청 원자력정책과 박대선 원전방재팀장은 지난달 28일 <단비뉴스>와의 전화인터뷰에서 재난 대피계획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박 팀장은 자가용 차량이 없는 주민들을 위해서는 관내 군부대 차량이나 관광버스 등을 동원할 수 있으며, 이를 위해 버스회사 연락처 등 관련 정보를 확보해 두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대상 주민들의 자가용 차량 보유현황 등에 대해 파악된 자료는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사고가 났을 때 과연 즉각적으로 차량 수요를 파악해 신속히 대처할 수 있을지 의문을 갖게 하는 대목이다. 특히 대피구역 내 주민들이 개별 차량으로 일제히 이동할 때 <판도라>에서와 같은 도로 정체가 일어나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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